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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광휘의 종언

4화 - 송도 갯벌의 울림

by st공간-레이븐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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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송도 갯벌의 울림


0. 파도 대신 울리는 사이렌

05시 27분.
동해 뒤편에서 텅 빈 하늘이 붉어질 무렵, 인천광역시 연안부두를 따라 늘어선 고철 컨테이너들이 동시에 떨려 울었다.
화물선 고동보다 낮은 진동이 땅속에서부터 솟구치자, 항만 감시레이더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력 잡음을 연속 기록했고, 어선 선장이 기름 냄새 섞인 바닷바람 속에서 느꼈다.
‘갯벌이 숨을 쉰다.’

그 순간, 아르카이아 지부의 비상 대시보드엔 핏빛 경보창이 세 겹으로 포개졌다.

⚠ 05:29 KST / G-CLASS SIGNATURE  
LOCATION / 송도 국제업무지구 11-1BL 매립지  
POTENTIAL / 공간 변칙, 생체 변성, 다차원 침윤  
PROTOCOL / ALPHA-CYG-RED 

“G-클래스라니… 대혼 사태 이후 처음이야.”
박민지는 무전기를 힘주어 쥐고, 한치의 주저 없이 ‘현장 지휘권’을 선언했다.
“레이븐, 이동 준비. 장 지부장님은 후방 통제.”
“알겠습니다.” 이지훈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자욱한 긴장 위로 뛰어들면서도, 총열 위의 불안은 이미 깨끗이 갈아 끼운 상태였다.


1. 송도 갯벌 매립지, 접근

아르카이아 특수 수륙양용차 ‘칼라드리’가 갯골을 헤집고 파고들 때, 방수 코팅된 대시보드에 한강물보다 진한 황토수가 연달아 튀어 올랐다.
차량 탑승자는 민지·레이븐·하운드·스프링 네 명. 진입루트는 공식 동선이 아닌, 신항만 외곽에 숨겨진 오염 검측로였다.

갯벌 위를 뒤덮은 거대한 방조제, 그리고 그 뒤쪽으로 솟은 인공섬의 실루엣이 황혼빛 속에서 검은 톱니 모양으로 드러났다.
얼핏 봐선 평탄한 모래 언덕 같지만, 민지의 전술 HUD엔 주황색 교란 신호가 전 범위에 뿌려져 있었다.

“공간 좌표 50cm씩 미끄러져.”
“갯벌 지층이 흔들리는 겁니까?”
“아니, 관측 좌표계 자체가 어긋나는 수준이야. 말 그대로 땅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

레이븐은 AR-X9을 꺼내 볼트를 당겼다.
챔버 안쪽 청색 코어가 숨을 삼키듯 잠깐 빛났다 사그라들었다.
“표면민간인?”
“매립 공정 때문에 출입금지. 인부 전원 대피 확인.”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군요.”


2. 검은 파고, 그리고 첫 변칙

해안선을 따라 1차 경계선을 넘는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심장박동이 한박자 느려지고, 건조한 세면(細綿)이 폐 깊숙이 박히는 느낌—음파 감쇠공기 밀도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스프링이 장갑 안쪽에서 작은 복합센서를 꺼내 들었다.
“산소농도 20.8%, 질소 78%, 아르곤 0.94%. 기본 조성은 그대로인데 공기 ‘무게’가 4%쯤 늘어나 있어.”
“중력 변동 대신 분자 간 간섭력을 건드린 거야.” 민지가 이를 악물었다.
“섀도우 오더가 바로 이곳을 열쇠 구멍으로 보는 거겠죠.” 레이븐이 저격용 스코프를 들이대며 시야를 훑었다.

바랍니다지 끝단, 붉게 녹이 슨 철근더미 사이.
가로 20m, 세로 8m쯤 되는 ‌‘검은 거울’이 잠겨 있었다.
표면은 밤바다처럼 출렁이지만, 파문 한 줄기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G-클래스: 네거티브 게이트 확인.”
민지가 윗입술을 깨물었다. “공간을 강제로 뒤집어 ‘음영 차원’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기법이야.”
“대혼 직전, 예멘 요충지에서 쓰였다는 그 장치?” 하운드가 기억을 되살렸다.
“맞아. 그땐 C급으로 끝났지만 이번엔 본체 - G급.”

레이븐은 총열을 내려 거울 가장자리에 초점을 맞췄다.
순간, 검은 거울 속에서 무언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직감을 얻었다.
‘내 눈이 아니라, 거울의 눈이 나를 본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뿌옇게 잡음에 잠겼다.
특공대 시절, 사격선상에서 피탄 직후 느끼던 백색소음과도 달랐다.
기억과 감각과 공포가 동시에 반향을 일으키는 오싹함.
레이븐은 비틀대는 시야를 억지로 다잡으며 외쳤다.
“접근 경고! 거울면—지성체 반응!”

바로 그때였다. 거울이 ‘당기는’ 식으로 면율을 가팔리 굽히더니, 사람만 한 검은 말뚝이 뚫고 나왔다.
피부 대신 흑연결정으로 뒤덮인 고사상(枯死像)이었고, 말뚝은 분리되어 인간형 형체로 헐떡이며 일어섰다.

“네거티브 드론.” 민지가 썰렁하게 중얼거렸다.
“몇 기?”
“내 시야엔 셋—아니 다섯!”

쉭—쉭—쉭—
흑연마가 갯벌 위를 기어오르며, 사람 척추를 노린 채 꼬리 같은 돌기를 한껏 휘둘렀다.
하운드가 방패 겸용 건틀렛으로 한 놈의 돌기를 막아 내며 몸을 확 던졌다.
쿵! 모래속 폐파이프가 찢어지는 굉음이 뒤섞였다.

레이븐은 적과 하운드를 일직선 삼각배열로 둔 채, 바로 오른쪽 두 번째 드론을 겨눴다.
바람? 없었다. 공기마저 뭉툭하게 무거웠다.
유효 사거리 30m.
버스트 ON.
타다당!

첫 발이 드론의 어깨를 부수고, 두 번째 발이 복부를 관통했다.
그러나 피 대신 석탄 부스러기 같은 검은 가루만 후두둑 쏟아졌다.
드론이 고개를 꺾으며 체중을 앞으로 실었다. 부서지는 걸 모른다.

“재생률 40% 이상!” 스프링이 경보를 올렸다.
“코어를 찾아야 끝나!” 민지는 악센트가 강한 가르침을 내렸다. “가슴 중앙 빛나는 선분이 마력로—그걸 끊어!”

레이븐은 바로 사격선을 조정했다.
드론이 몸을 솟구쳐 부리(口吻) 같은 돌기로 덮치는 각도,
시장거리 7m, 교차각 15도.
한 발일까 두 발일까? 아니다, 온전한 궤적으로 관통시켜야 했다.

트리거를 낚아채자, 파란 섬광이 청각보다 빠르게 튀었다.
탄두가 공기를 요동쳤고, 드론의 가슴에 박히자마자 작은 내부 폭발음—팍!
검은 거울조각이 안쪽에서 터져 나가며 생체형 차단로가 꺼졌다.
드론은 바로 모래늪 같은 주변 공간으로 스르르 꺼져 버렸다.

“하나 클리어.”
하지만 셋이 더 남았다. 그중 둘은 민지와 스프링 측면으로, 마지막 하나는 하운드와 레이븐을 동시에 조인다.


3. 바람 없는 총성

스프링은 전투용 리볼버 S-38 ‘코메트’를 꺼내, 좌측 드론에게 ‘빛의 봉쇄탄’을 날렸다.
그러나 릴리즈 순간, 탄환이 궤도를 벗어나며 변칙 공기의 저항을 받았다.
“흩어진다!” 그녀가 악쓰듯 고함쳤다.

민지는 손끝을 세워 공중에 금빛 ‘V’자 문양을 그렸다.
Altera V.
루트 각인이 점멸하며 주변 공기 분자사이에 탈이온화 벨트를 생성했다.
“Re-fractus(굴절)!”
순간, 빛이 꺾이며 파동으로 변환—봉쇄탄이 직각으로 접혀 드론 측면을 찢고 들어갔다.
드론의 목에서 검은 독수리 깃털 같은 파편이 튀었다.

한편 하운드 쪽은 수세였다.
방패 건틀렛이 드론 꼬리 마력을 한 번 버텼지만 두 번째 지느러미 칼날에 손목 가드가 깨졌다.
드론은 틈 새를 비집고 불길하게 빛나는 촉수를 하운드의 목 뒤 신경다발에 꽂아 넣으려 했다.

“しゃがめ!” 민지가 일본어 섞인 경고를 내지름과 동시에, 레이븐은 드론 후방 7시 방향으로 뜀박질했다.
총열이 아닌, 허리춤 권총과 파우치에 든 마력 억압 나이프를 뽑아들었다.
‘머리보단 척추.’
훈련된 계산이 몸을 앞질렀다.
레이븐은 무릎으로 모래를 밀어 미끄러지며, 드론 등뼈 바로 위, 코어 흔들림이 미세한 부분에 칼끝을 박았다.

촤악!
투명한 섬광이 드론 체내를 한바퀴 돈 뒤, 걷잡을 수 없는 역류로 뒤틀렸다.
두꺼운 흑연 피부에 벌집처럼 균열이 퍼지더니 피웅—하고 떨리며, 검은 먼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하운드, 이상없어?”
“견갑근 두 군데 파열… 하지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잠시의 호흡을 돌리기도 전에 스프링이 외쳤다.
“거울이—크기가 커져!”

검은 거울은 해일처럼 부풀었다.
세로 폭이 3배—60m까지 늘어나며, 표면 요동이 거울이라기보다 살아있는 아메바처럼 꿈틀댔다.
마치 바다 입구가 송도 모래밭에 솟구친 것 같았다.

“이건 태풍 전에 바닷물이 한꺼번에 빨려 들어가는 모양이야.”
“G-클래스가 아니라 X-클래스 전조일 수도 있어.” 민지는 옆 멀티패드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X-클래스?” 레이븐이 고개를 돌렸다.
“‘세계 틀이 파괴되고, 새로운 법칙으로 대치될 위험’을 기준 삼는 최상등급. 대혼 직전에도 오더가 시도했다 실패했어.”

레이븐은 저 멀리 거울 표면 한가운데 뭔가 부피를 갖춘 어둠이 뛰노는 걸 봤다.
사람처럼 보이나, 어깨엔 깃털 대신 칠흑 불꽃이 이글거리고, 다리는 사람 넓적다리 만한 결박용 사슬로 이루어졌다.
김빠진 호수 표면을 박차듯 검은 불꽃이 자국을 남겼다.

오블리비언 나이츠.”
민지가 맹렬히 이를 갈며 확인했다.
“등장했네… 이번엔 일반 호스트가 아니라 ‘대혼 특수력’을 이식한 정예병.”
레이븐은 스코프를 들이대며 복식호흡을 멈췄다.
“명령만.”
“제거가 아니라 시간 벌기. 거울 자체를 닫는 게 먼저야.”


4. 거울심, 그리고 폭발하는 갯벌

계획은 단순했다.
① 민지가 거울 테두리에 ‘봉인 도식’ 각인.
② 레이븐·스프링이 나이츠 주력 끌어내기.
③ 하운드가 고정점에서 공간 압력 폭탄 C-Mass를 매립 후 기폭.
핵심은 민지가 집중할 수 있도록 전투 선로를 바깥으로 유도하는 것.

레이븐은 드론 잔재 속을 돌진하며 나이츠 둘을 스프링 쪽으로 유인했다.
나이츠들은 크고 무거웠다. 팔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 공기가 발화 — 검은 불타는 깃폭처럼 번졌다.
스프링은 좌우 패닝샷으로 불꽃과 흑연잔재를 교란했고, 레이븐은 그 틈에 짧은 이동사격을 내리꽂았다.

그러나 나이츠 하나가 어깨를 빙글 돌리며, 자신의 그림자를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그림자 몽둥이는 공간 여백에서 길이를 바꾸며, 레이븐과 스프링 사이에 딱 연못만 한 구덩이를 찍었다.
펑! 모래와 지하수 뒤섞인 갯벌이 돔처럼 솟았다.

“이동 루트 다시 계산!” 스프링이 외쳤으나, 이미 나이츠가 레이븐 등 뒤로 다가왔다.
레이븐은 뇌가 얼어붙기 직전,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특공대 Close Quarters Drill.
왼 팔뚝을 뒤로 꺾으면서 몸을 낮춰 축을 만들고, 오른다리로 반원을 그리며 적의 중심을 무너뜨린다.

늘 강철 인형처럼 느렸던 시간에, 난데없이 두 번째 시야가 열렸다.
나이츠가 다음 동작으로 뭘 할지, 절대값 같은 숫자로 떠올랐다.
『0.12초 후 회전타 → 0.06초 후 그림자 구속 시전 → 실패 확률 18%』.
레이븐은 그 확률을 강제로 만들어야 했다.
왼손에 남은 억압 나이프를 뒤로 던졌다.

플라스틱 손잡이와 침(針) 같은 코어만 갖춘 칼은 희미하게 삐뚤어지며 나이츠 손목 2cm 위를 스친다.
그러나 손잡이가 붙은 순간, 억압 룬이 마력 통로 전체에 쇼트를 일으켰다.
비스듬히 벌어진 틈—.
레이븐은 바로 등 뒤에 파고든 나이츠의 가슴 한복판으로 배럴을 밀어 붙였다.

텅!
마력코어버스트 한 발.
어깨와 흉곽은 한순간 꽃처럼 젖혀졌고 복숭아씨만 한 붉은 결정이 드러났다.
스프링이 기다렸다는 듯 결정을 향해 봉쇄탄을 꽂아 넣었다.
“확정!”

나이츠는 검은 불꽃과 석유 냄새를 섞어 뿜어내다, 비명을 삼킨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5. 봉인 도식, 기폭 30초 전

한편 민지는 거울 가장자리에 빽빽한 룬선을 박아 넣고 있었다.
총 열세 번 칼리그래피를 기준선 세 번 겹치고, 마지막에 거울둘레를 잇는 황금 원주를 완성.
“하운드, 기폭 준비 완료?”
“C-Mass 자동 공진 95%. 폭풍 반경 예측 52m.”
“오케이. 타이머 30초.”

하지만 거울 내부에서 ‘뭔가’가 몸을 틀었다.
마치 고래가 수면 아래에서 꼬리를 탐수하는 진동.
거대한 충격파가 모래언덕 전체를 들어올렸다가 내려쳤다.
민지의 원주 중 일부 선이 비틀렸다.

“룬이—깨진다!”
전류가 끊어진 회로처럼 거울과 원주 사이에 불규칙 스파크가 튀었다.
“하운드, 대기!” 민지가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이미 타이머는 17초로 줄어 있었다.

레이븐은 나머지 나이츠 하나를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코어를 깨지 못한 채, 그가 밀려 서 있는 위치가 거울 바로 앞이었다.
상상했다—기폭 순간 충격파가 나이츠 몸을 통로 삼아 거울심까지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의 파괴보다, 한 번의 관통.’

“민지 씨, 봉인 수정 어려우면 통로 유도로 바꿉시다.”
무전이라기엔 숨이 섞인 거친 음성이, 민지의 귓속에 꽂혔다.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폭탄이 터지면 니가 먼저—”
“각오했습니다.”

하운드가 터널 기반 베이스캠프에서 외쳤다.
“폭탄 코어위치 재조정 불가!”
“그러면 레이븐이 직접 포인트가 된다?” 스프링이 놀라 외쳤다.
레이븐은 대답 대신, 나이츠를 거울앞 3m 지점으로 밀어붙이고 자신도 함께 파묻혔다.

6초.
레이븐은 방패 대신 AR-X9을 세로로 세워 막았다.
나이츠의 그림자 몽둥이는 이미 반죽음 상태라 궤도만 흔들렸다.
4초.
민지는 초조한 눈빛으로 거울둘레를 한 번 더 써 내려갔다. 손끝에서 피가 났다.
3초.
하운드가 절규했다.
2초.
레이븐이 속삭였다. “계산 끝.”
1초.
콰아아아아앙!

6. 백색 섬광, 그리고 잔향

모래·물·철근·공기·마력.
모든 것이 흑백으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퍼즐처럼 맞춰지며 농담(濃淡)을 되찾았다.
레이븐의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입을 벌려 숨을 들이켜도, 공기가 목구멍에서 부서지는 느낌만 전해졌다.
총열은 손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의식 저 밑에서, 무엇인가 ‘닫히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거울은 사라졌다.
남은 건 대형 사인곡선 모양으로 패인 갯벌, 그리고 플레이크처럼 흩어진 검은 잔재.
체온을 빼앗긴 몸을 굴려 일어섰을 때, 멀찍이 서 있던 민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대로 달려와 헬멧을 벗기는 지훈의 손등을 붙잡았다.

“살았어.”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귀에선 아직 이명이 가실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민지의 입술 움직임과 눈가의 물기만으로, 레이븐은 충분히 알아챘다.
‘살았다.’

하운드·스프링도 멀쩡했다.
C-Mass 폭탄 덕분에 압력 벨트가 거울심으로 파열을 유도하며, 외부로 새어나온 충격은 한계치 미만으로 줄었다.
작전 성공.


7. 검은 비닐봉지 속의 심장

모든 게락(解落) 절차가 끝나갈 즈음, 하운드가 갯벌 구덩이 한가운데서 주먹만 한 구형 결정을 꺼냈다.
표면은 석유 막을 입힌 듯 번들거리며, 안쪽엔 잔불이 꺼지지 않은 심장처럼 꿈틀거렸다.

“거울심 코어 파편일 가능성.” 하운드가 무겁게 말했다.
민지는 비닐 장갑을 끼고 파편을 살펴본 뒤, 무전으로 본부 전송을 눌렀다.
“G-클래스 코어 잔재 회수. 위험등급 S-Seven 예상.”
신호가 본부에 닿는 순간, 로건 장의 중저음이 이어폰을 타고 울렸다.
“잘했다. 하지만 잔재 속엔 아직 대혼 주파수가 웅크려 있을 수 있다. 즉각 봉인 캐니스터로 이송해라.”
“라저.”

지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또 하나의 조각을 잡았다. 하지만 누가 퍼즐은 완성해 줄까?’

모래 위로 햇살이 번지며, 그 빛 사이로 가느다란 그림자가 새털처럼 흩어졌다.
레이븐은 총을 어깨에 멘 채, 붉은 새벽과 잿빛 갯벌 사이에서 느릿이 숨을 몰아쉬었다.
섀도우 오더의 그림자는 일단 물러났지만, 음영 차원은 여전히 어딘가서 이들을 보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먼 바다 건너, 희미한 경계선 위—검은 돛단배에 실린 성긴 노을처럼,
또 다른 울림이 금세라도 찾아올 듯이, 지평선은 음산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5화 예고
“오더가 놓고 간 코어 파편은 단순한 ‘잔재’가 아니었다.”
아르카이아 본부 깊숙한 연구 동에서, 코어 파편이 예상치 못한 ‘진화 반응’을 일으킨다.
봉인 캐니스터가 폭주하기 직전, 레이븐은 파편 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음성을 듣게 되고,
박민지와 로건 장은 코어 파편의 정체를 두고 팽팽히 맞선다.
선택: 파괴 vs 해체 vs 동조.
그리고, 멸망의 예언서를 품은 오더 지휘관 ‘가론’이 암살자로 암암리에 서울에 잠입—
붉은 비가 내리기 전, 레이븐 팀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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