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 이름의 새벽
(약 6 400자 분량 · 2025-06-19 KST 서술)
0. 새로운 시계
05 : 00 ─ 연구선 C-Common One 브리지.
흰 까마귀가 남긴 마지막 깃털이 조타실 돔에 매달려 빛을 모아냈다.
바닥 홀로그램엔 Zero-One Clock—
초침 하나뿐인 투명 시계가 ‘0’에서 ‘1’로 아주 느리게 물결쳤다.
Zero-One Clock
0 → 1 = 「무명에서 이름으로」
1 → 0 = 「이름에서 무명으로」
이채린 조사관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Θ 코어가 만든 새 시간축 같아요.
우리가 쓰던 UTC나 KST와 달리 ‘관계 밀도’ 로만 흐르는 정량 시계.”
1. Θ코어와 ‘이름 재탄생 알고리즘’
09 : 15 · 코어 챔버.
Θ 코어는 여전히 투명하지만 내부엔 미세 기하 패턴이 자라났다.
퀸시가 분석기를 대자, 패턴이 인체 뉴런·주소록·SNS 그래프를 섞은 듯 복합 위상.
조하령 박사:
“관계 노드 3개 이상 → 0.3 초 만에 새 이름 제안.
예컨대 무명 아동, 기억 소실 환자에게 정착 가능한 ‘디지털 호명’ 생성.”
민지가 손바닥을 대고 실험:
– Θ 코어가 “Mint-α/03” 이란 임시 라벨을 띄움 → HUD에
⌈ M·Mint·α03 — R·Q 링크 완료 ⌋
– 0.5 초 후 라벨이 흐릿해지며 본래 이름과 공존.
“새 이름이 ‘가제(假題)’처럼 떠 있다가, 관계망이 확정되면 사라져요.”
2. 국제팀 갈등: “교수권” vs “보호권”
13 : 00 — 다목적 회의실.
UN 오마르 대표: “Θ 코어는 이름과 인권 문제. 국제 공용 클라우드에 즉시 통합해야.”
EU 미야사키: “기술 표준화 전에 유럽 규격 검증 필수.”
이채린: “둘 다 서두르면 제로-필드 재발. 연구 프로토콜부터 확정.”
로건 지부장이 쐐기를 박았다.
“24 시간 ‘현장 주도-국제 참관’ 체계 유지.
반 나절도 안 돼 위협 차단한 건 관계 기반 연산 덕분이었죠.”
국제팀 일단 수긍, 그러나 “가칭 Θ-프로토콜 협약”을 48 h 내 완초(稿)로 쓰기로 결정.
3. 도심 잔당의 역습 — ‘블랭크 바이러스’
15 : 22 · 서울 청량리 롯데몰.
CCTV에서 한 남자가 웃으며 QR 전단을 뿌렸다.
접촉한 스마트폰 화면엔 무채색 스파크—
곧 사용자 이름·연락처만 사라지고 사진, 검색 기록은 온전.
블랭크 바이러스 v2.0 — 014 잔당 “E-셀” 소행.
스프링: “반나절 만에 2 천 회 확산.”
Θ 코어 자료 참조 → “이름 없는 노드가 관계망에 구멍 뚫는다!”
4. 트라이-코어 ‘리플렉션 드라이브’ 첫 출격
18 : 00 — 김포 H-헬리포트.
〈R·M·Q〉 SYNC 89 %.
새 기동 장비 Reflection Drive EX-1
— Θ 코어 미러 광학을 소형 루비셀에 분배
— 사용 조건: 합동 시야 180° 유지
현장 (청량리)
– 바이러스 QR 띠를 거울 면으로 굽힘
– α 탄도 왜곡 → 이름 데이터층만 정밀 절단
– Θ 코어 “새 이름 가제” 제시 → 사용자가 휴대폰 터치 시 정착
40 분 만에 전단 90 % 무력화, 시민 이름 복구율 96 %.
HUD SYNC 91 %, 고유성 안정.
그러나 짐승 드론 두 대가 그림자 틈으로 도망.
QR 전단 한 묶음엔 수기 문장.
“이름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시간을 무너뜨리겠다. — E”
5. 모래시계 재가동 — Δ-Time Shock
22 : 10 — 연구선.
Zero-One Clock 초침이 갑자기 1→0으로 급회전!
주변 관계 그래프 노드 색상이 역상.
퀸시: “이름 안정이 ‘시간 충격’으로 돌아온다.
E-셀 목표 = Δ-Time Shock”
Δ타임 쇼크 = 개인 Event Timeline 허리 절단 → 과거·현재 순서 뒤집는 현상.
테스트 로그:
– 실험용 쥐 → 간식 먹은 기억이 먼저 입력
– 관측원 한 명 → 기사 작성 시각이 미래 타임스탬프
민지: “이걸 도시에 뿌리면 연대가 역전된 혼돈.”
로건: “E-셀 본거지 추적 즉시 진입하라.”
6. 정오도 0시도 아닌 — ‘Out-Time Barrage’
GPS 역추적 + 전단 수거 포인트 역연결 →
인천 원대부도 폐수 처리장.
00 : 01(+1d).
가보니 폐수조 위가 ‘관계 0·시간 0’ 필드에 잠식.
E-셀 리더 에노크 — 014의 회계형 동조자.
손목엔 δ-그림자 서버를 달고 타임스탬프 폭탄 준비.
Tri-코어 합체.
– 리플렉션 드라이브 광탄 → 시간선 굽힘
– β 거울막 → 과거·미래 충돌 에너지 반사
– Θ 코어 “시간 라벨 재정렬” → 이벤트 순서 복원
δ-서버 과부하, 에노크 필드 붕괴.
역시 이름을 잃고 먼지로 증발.
Δ-Time Shock 소실, Zero-One Clock 고요.
7. 이름의 새벽
06 : 00.
동해 수평선. 태양이 떠오르는데,
빛은 서서히 0→1, 1→2… 초침처럼 칸을 밟으며 강해졌다.
Zero-One Clock과 동조하는 듯.
레이븐:
“태양도 관계의 일부였나 보네.”
민지, 웃으며 새 라벨 꺼냈다.
⌈ R·M·Q·∞ — △Time Stable ⌋
퀸시: “우리가 지키는 시간, 이름, 관계… 전부 ∞ 로 열린다.”
국제팀도 받아들였다.
“Θ-프로토콜 초안:
- 이름·시간·관계— 세 축을 동시에 고려
- 연구는 현장·국제 공동
- 코어는 거래·도구화 금지”
흰 까마귀가 마지막으로 돌며,
깃털 하나를 파도 속에 떨어뜨렸다.
물결 위, 모래시계 그림자가 해와 함께 길어졌다.
21화 완료 · 22화 예고
◦ Θ-프로토콜 정식 채택? 각국 서명 vs 이면 거래
◦ Δ-서버 잔해에서 발견된 σ-Lambda 암시 코드
◦ Tri-코어, 고유성 완전 보존한 채 SYNC 95 % 고속 재접속 실험
◦ “시간-비명(悲鳴)”이라 불리는 신규 현상 — 과거 뉴스 헤드라인이 현재 거리 전광판에!
◦ 흰 까마귀 마지막 행선지: “해가 지지 않는 곳, 이름 없는 별”
— 22화 『람다의 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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