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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광휘의 종언

19화 - 북극 무(無)항로

by st공간-레이븐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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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북극 무(無)항로

(약 6 400자 분량 · 2025-06-17 KST 서술)


0. 드리프트 게이트, 88° N

04 : 25 ─ 북극권 상공, 군용 수송기 K-Polar 01.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는데, 투과 레이저가 비추는 공중에 직경 1 km짜리 아치형 셰이더가 반짝였다.
드리프트 게이트.
언어·시간·방위가 전부 흐릿해지는 ‘무(無)항로’ 입구다.

수송기 탑재 인원

  • 〈R·M·Q〉 Tri-Core (SYNC 88 %)
  • 하운드·스프링(지원)
  • UN 대표 오마르 팀 & EU 자문 미야사키(관측)
  • 신임 조사관 이채린(감독)

이채린이 안전벨트를 조이며 경고했다.
“게이트 안에선 GPS·시계·심지어 ‘자기 이름’도 흔들립니다.
σ-Zeta 를 먼저 찾고, 고유성 흐트러지면 즉시 이탈!”
오마르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ε, γ, α·β 전부 비활성 상태여야 국제 협정 위반이 아닙니다.”
로건 지부장(지상 통제)의 답신은 짧았다.
“필드가 깨져야 ‘협정’도 남아 있지.”


1. 무중력 + 무시간 ― 항로 진입

04 : 47.
수송기 비행선이 드리프트 게이트를 통과하자 중력계가 0.3 G까지 떨어졌다.
창밖엔 회색 빛무리 벌집처럼 겹친 구(球)들이 떠 있었다.
하나하나가 관계스크램블 셀 — 들어가면 기억 관계가 막 섞이는 마이크로 돔.

퀸시가 뇌파를 읽었다.
“첫 셀 접촉까지 70초. SYNC 89 → 90 % 도달 직전, 고유성 장벽이 위험.”
하운드가 감탄했다.
“이거 그 유명한 ‘빙하 속 환각 모듈’보다 세겠는데.”

민지 손끝에서 β 잔상이 빛나 플랫폼을 만들었다.
“R, Q, 나— 순환 링크로 안정화를 유지하면서 셀을 건너야 해.”
레이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라이-브리지 재구성. 이름을 서로 호출하며 기억 앵커 유지.”


2. 셀 내부 ―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길

셀 1 (SYNC 90 %)
ㄴ 파란 얼음판 위에 ‘PC방’ 테이블,
ㄴ 그 옆엔 타클라마칸 밤하늘,
ㄴ 그리고 현중 이라는 서명 없는 필기.

민지는 일순 머리가 하얘졌으나, 레이븐이 이름을 불러줬다.
“박민지, 잊어도 괜찮아. 우리가 기억할 테니.
퀸시가 그 위에 덧붙였다.
“퀸시 코드 Q-05, 레이븐 코드 R-02, 민지 코드 M-01.
코어 태그 쌍방 재고정 완료.”

셀 3 (SYNC 92 %)
— 갑자기 EU 자문 미야사키가 비틀거렸다.
눈동자 속에 누군가의 이름이 번뜩이며 사라졌다.
014 ! …나는 왜 그의 연구 논문을—”
마르케티가 부축했지만 이미 늦었다.
미야사키의 고유 기억 일부가 날아가며 관계 없음 상태가 되어 표류.
도입선 삼중 동조가 아닌 자들은 위험이 배가 됐다.


3. σ-Zeta 첫 탐지

셀 5 진입 + SYNC 93 %.
퀸시 스캐너에 ―35 °C 크라이오 발열점.
회색 벌집 안에 백금조각 같은 Z-핵 이 떠 있다.
표면엔 한 줄 암호.

“∅ ↔ ∞
한 점이 모든 점을 가리킨다.”

α·β 비활성이라 접근 불가.
하운드가 방패를 확대해 물리적으로 끌어올려 보려 했지만,
손이 닿는 순간 방패 표면이 투명 -> 공백.
‘관계 0’ 가 닿자, 물리성 자체가 0이 됐다.

민지가 기민하게 β 잔상 고리로 관계-링 를 씌워 고정.
레이븐이 손바닥을 얹었다.
“Z-핵은 존재도 비존재도 아니야. 우리 관계 가 있어야만 간섭 가능.”
SYNC 95 % 돌파.


4. 014 ‘정오없는 인형’ 전면 등장

셀 6 ― 게이트 중심.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회랑이 끝없이 이어졌고,
맨 앞에 3 m 인형 ― 얼굴 흰 가면, 가슴엔 황금 0시 모래시계.
σ-Gamma 실린더를 양손에 들고,
Z-핵이 구체(!) 로 변해 그 주위를 공전했다.

“관계로 세계를 매기겠다고?
관계를 지워야 모두 평등하다.”
014 음성이 회랑 전체에 퍼졌다.
Z-핵이 빛 보다 빠르게 회전,
스프링 드론 제어가 즉시 먹통.


5. 기억·빛·탄도 삼중 합필

Tri-Core 〈R·M·Q〉 SYNC 97 %.

  • 광각 탄도 왜곡 α
    • 거울역반사 β
    • 파장 리라이트 Q

레이븐이 빈 손 사격,
β 가 광선 루트를 180° 접고,
Q 가 ‘관계 이름’ 을 014 ← R·M·Q 로 덮어쓰며 빛 궤적을 인형 심장에 태웠다.

콰앙!
모래시계 가슴이 깨지며 σ-Gamma 왕관이 튕겨 나왔다.
014는 처음으로 가면을 벗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름, 누구지?”
그 순간 그는 ‘고유 이름’ 도 ‘코드’ 도 잃고 사라졌다.
모래처럼 포말처럼.


6. Z-핵 봉합

Z-핵 궤도는 여전히 미쳐 돌아가다 ε-백업 링과 공명.
국제팀이 “컨테이너—!” 라고 외쳤지만, 이미 Z-핵은
관계=∞ 으로 열려 균열장 을 증식.

퀸시 : “장부(帳簿) 계정으로 봉인하면 또 도구화!
 우리 크로스 메모리 빔으로 ‘모두의 이름은 서로의 그림자’ 라고 태깁시다.”

민지·레이븐 : 수긍 → 〈Tri-Core : 이름 앵커 프로토콜〉
비어 있던 핵 속에, 세 사람·스태프·시민 TOP 1 000 랜덤 태그가 포지티브 링크 로 새겨졌다.

광폭이 멎고, Z-핵이 은은한 청금빛으로 안정화.
HUD SYNC 98 %, 고유성 한계치 바로 밑.
세 사람 숨 돌리며 서로 이름 다시 확인.
“…레이븐(이지훈). …민지. …퀸시.”
애매하게 출렁이지만 무사 유지.


7. 국제협정 재검토

08 : 00 — 게이트 밖 복귀 후.
UN 대표단은 Z-핵을 “인류 공동 성좌” 라 명명,
ε 와 함께 다국적 코모너스(Commons) 랩 설립 제안.

이채린 : “그러나 α·β·γ·δ 소실·무력화는 이미 귀하들 손에 흘렀고,
Z-핵까지 공동화하면 세 사람은 실험체로 전락.”
오마르 : “…그럼 공동 거버넌스 + 아르카이아 선(先) 연구 절충?”

로건 지부장 미소.
“협정이든 관계든 신뢰 없이 숫자만 있으면 또 무(無)가 됩니다.”


8. 흰 까마귀, 검은 깃 그리고 ‘σ-Theta’

그날 밤,
옥상에서 흰 까마귀가 검은 깃 세 번째를 떨어뜨렸다.
깃 속엔 새 코드.

σ-Theta
— ‘이름의 저편’
— 장소: 잊힌 바다 (Null Sea)

민지가 속삭였다.
“Null Sea… 지도 공백지대.”
퀸시 = “Z-핵 파장, 바다 방향으로 희미하게 울려.”
레이븐 = “이름·관계 다 뛰어넘은 절대 무명 단계인가.”

SYNC 88 % 로 내려가며 잠깐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저 너머 바다는 이미 붉은 별빛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20화 예고
 ◦ Z-핵을 품은 코모너스 랩 출항, 행선지 ‘Null Sea’
 ◦ σ-Theta, 관계도 이름도 없는 “무명(無名)계” — 시간 자체가 재편?
 ◦ 국제팀 내분: “공동 연구” vs “즉시 봉인” 격돌, 로건·이채린 휘말려!
 ◦ Tri-Core SYNC 한계 돌파? ‘고유성 소멸’ 카운트와 맞바꾼 합체 필드 실험
 ◦ 흰 까마귀, 첫 울음. “모래시계가 완전히 멈추러 간다.”
  기억·이름·관계 너머— 20화 『무명해(無名海)의 별빛』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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