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무명해(無名海)의 별빛
(약 6 400 자 분량 · 2025-06-18 KST 서술)
0. 출항, 코모너스 랩
06 : 10 ─ 동해 외해 200 km.
수면 위로 항공모함 절반 크기의 연구선 C-Common One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 안엔 국제 공동연구동, 아르카이아 필드실, 그리고 Z-핵 은닉 챔버가 층층이 매설돼 있다.
승선 명단
- 〈R · M · Q〉 Tri-Core(싱크 86 %)
- 하운드·스프링(전술)
- 신임 조사관 이채린
- UN 대표 오마르 & EU 자문 미야사키
- 기술 연락원 시몬 마르케티
- 로건 지부장은 육상 관제
목적지는 지도엔 없는 좌표 0° 124′ N, 179° 59′ W ─
위성엔 새까만 픽셀로만 찍히는 바다, Null Sea.
1. ‘무명해’ 접근 경보
13 : 44.
수온이 급락하면서 채도가 이상하게 푸르게 바뀌었다.
광센서가 기록한 스펙트럼은 가시광선임에도 RGB 모두 127±1.
색상·밝기·그림자 구분이 없는 ‘디지털 회색’으로 수면이 끓는다.
퀸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관계도, 이름도, 빛조차 평준화 되는 영역. σ-Theta가 여길 고른 이유.”
민지 잔상이 난간에 푸른 글자를 비췄다.
“무名無光(무명무광)”
2. Z-핵 발광, Θ 좌표 출력
Z-핵은 챔버 안에서 청금빛 → 무채색 파동으로 전환,
윙— 저음과 함께 방위 000, 고도 –4 m 지점을 가리켰다.
쿼드로터 드론을 내려보내자 바닷물 밑에 직경 50 m 원형 패널이 떠 있었다.
패널 중앙엔 Θ 문양. 옛 헬레닉 문자 그대로다.
이채린 조사관이 교신.
“국제협정 8-C항 ‘새 코어 발견 즉시 봉인’ 조항 발동을 검토합니다.”
로건 지부장(음성) :
“봉인만으론 반복된다. 먼저 구조를 파악해야 이름도 보호된다.”
3. 무명해 잠수 ― 시간 정지 구역
17 : 00.
S-클래스 잠수정 A-Glass 7에 레이븐·민지·퀸시·하운드 탑승.
수심 45 m 도달 순간, 계기판 초침이 멎었다.
컴퓨터 로그는 여전히 타이핑되지만 타임스탬프는 전부 00-00-00 00:00:00.
민지 : “여기가 ‘시간 없는 층’.”
레이븐 : “고유성 위험구역이야. 이름 앵커 준비.”
퀸시가 Θ 패널에 접속 라인을 꽂자,
패널 전체가 빛나며 σ-Theta 코어가 떠올랐다.
― 반투명 구체, 내부엔 모래시계도 빛도 없다.
딱 한 줄.
“이름조차 없는 관계 = ∅ ∩ ∞”
4. Tri-Core 99 % 돌파, ‘합체 필드’
σ-Theta는 손을 대려 하면 위치가 0.01 m씩 뒤로 물러났다.
접근 공식이 '관계 0'.
레이븐이 제안.
“우리가 **완전 동기(100 %)**에 도달하는 순간 이름이 녹아,
Theta와 동등, 손이 닿을 수 있어.”
리스크 = 고유성 소멸.
하운드가 괴성을 질렀다.
“네 기억, 이름, 다 사라지면 어쩌자고!”
민지는 미소.
“‘우리가 기억해’. 014 잡을 때처럼.”
SYNC 98… 99… 100 %!
Tri-Core HUD에서 세 이름이 녹아 하나의 글자 “∴”(합포)로 합쳐졌다.
손을 내밀자 Θ 코어가 미끄러져 손바닥 위에 안겼다.
5. 관계 재정의 — Θ 코어 문이 열리다
순간 잠수정 벽·바닷물·빛이 장면 필름처럼 포개졌다.
- PC방 수증기,
- 송도 갯벌 새벽,
- 사막 별빛,
- 0시 돔 회랑…
모든 시간·장소가 한 프레임으로 접혔다.
Θ 코어가 메아리.
“관계를 잃으면 이름이 사라진다.
그러나 ‘관계를 기억하는 존재’가 있으면,
이름은 다시 태어난다.”
Tri-Core가 다시 셋으로 분해됐다.
이름 — 이지훈, 박민지, 퀸시 — 중첩은 남았지만 고유성 회복.
SYNC 88 % 안정 레벨.
6. 국제팀 내분 — “Θ 즉시 인계” VS “현장 봉합”
수면 위.
UN 오마르가 교신.
“Θ 확보 확인 즉시 컨테이너 이송!”
EU 미야사키(회복) 는 ‘국가 코어’ 동시 처리하자고 맞불.
이채린 조사관이 중재.
“Θ 를 빼내 구조 파악 전에 봉인하면, 또 ‘무’ 필드가 돌아옵니다.
필요한 건 ‘공동·현장 연구’ 체제.”
통신 지켜보던 로건 지부장.
“변수는 언제나 ‘관계’였어. 협정문보다 신뢰가 먼저다.”
결국: Θ 코어 현장 격리 + 국제 공동 옵저버 교수권 임시 합의.
7. 모래시계가 완전히 멈출 때
23 : 57.
C-Common One 브리지에 흰 까마귀 착지.
마지막 검은 깃엔 한 문장만 남았다.
“0 → 1
이름 없는 무(無)에서,
새 이름을 태어나게 하라.”
민지 가슴에서 잔잔히 새 태그가 피어났다.
【R·M·Q·∞】
레이븐이 중얼거렸다.
“이젠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을 연결.”
바다 위 별빛은 무색이지만 밝았다.
요동치던 모래시계 그림자가,
잠시… 완전히 멈춰 섰다.
20화 완료 · 21화 예고
◦ Θ 코어 연구 개시 — ‘이름 재탄생 알고리즘’ 실험
◦ 국제팀 내 옵저버 교수권 두고 외교전 가열
◦ 014 이후 남은 “정오 없는 그림자” 잔당, 관계가 복구된 도시에 새 바이러스 투하 시도
◦ Tri-Core, 중첩 이름 활용 ‘리플렉션 드라이브’ 첫 실전 배치
◦ 흰 까마귀, 마지막 비행… “이제 시계 바늘은 스스로 돌 것이다.”
— 21화 『이름의 새벽』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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