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레이븐: 광휘의 종언

11화 - 거울 짐승의 포효

by st공간-레이븐 2025. 6. 13.
반응형

11화 ― 거울 짐승의 포효

(약 6 200자 분량 · 2025-06-10 KST 서술)


0. 귀환 보고서에는 없는 것들

06 : 40 ─ 서울 본부 착륙패드.
사막 먼지가 묻은 C-23B 유니콘이 멈추자마자 의료 드론이 달려왔다.
레이븐, 민지, 퀸시는 “경미한 열사 쇼크”로만 기재됐지만, 아무도 머릿속 이질감을 말하지 못했다.

  • 레이븐: 문득문득 하운드가 열여덟 살 때 찍은 군 번 사진이 떠올랐다.
  • 퀸시: 총성만 들려도 “치익… 시에라 1 타깃 시야 확보”라는 레이븐의 옛 교신이 입 밖으로 새었다.
  • 민지: 거울이 비칠 때마다 두 겹의 서울 이 살짝 겹쳐 보였다.

σ-플레이트가 셋으로 나뉜 채 기억을 분할 백업했기에 생긴 부작용이었다.


1. 세 조각, 세 능성(能性)

10 : 15 · 연구동 B-5.
조하령 박사와 데이터팀이 각각의 조각을 ‘어플리케이션 모듈’로 명명했다.

조각 소유 1차 동조 기능 부작용 징후
σ-Alpha 레이븐 압축 거울 위상탄 생성 (5 초) 타인 기억 플래시
σ-Beta 민지 거울 잔상 투영·한정적 실체화 단기 기억 블랭크
σ-Gamma 퀸시 파장 해독·재코딩 (실드 패치) 근육 반사 과증폭

로건 지부장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지만, 동시에 청문회 소환장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상층부가 σ 지분을 국적별로 쪼개자고 한다.
내일 14시, 조율 자산 관리 청문회… 내가 설명 못 하면 세 조각 전부 ‘공동 금고’로 보내진다.”


2. 기억이 뒤섞인 하루

11 : 50 ─ 훈련 구역
하운드가 강철 더미를 들어 올리다가, 레이븐 눈앞에 갑자기 장면이 겹쳤다.

― ‘2016년, 진해 해군 부두. 군번줄을 쥔 열여덟의 하운드.’
놀라 총을 놓칠 뻔한 레이븐. 하운드는 그 순간 레이븐의 특공대 사격 호흡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13 : 10 ─ 식당
퀸시가 커피포트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민지 머릿속에 총성이 터졌다.
컵을 떨어뜨렸지만 깨지기 전에 멈췄다.
― σ-Beta가 거울 잔상을 ‘방어 반사’로 실체화한 덕분이었다.
민지는 웃으며 컵을 내려놓았지만, 직후 커피 주문을 까맣게 잊었다.


3. 평택항 비상 호출

15 : 05.
경기 평택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정체불명 에너지 파동 발생, 초동 경찰력이 4분 만에 전멸.
드론 영상엔 **거울 짐승 ‘헬리오스 하운드’**가 잡혔다.

  • 길이 18 m, 태양광을 스스로 굴절해 유리화(玻璃化) 열선을 뿜음
  • 몸통 대부분이 붉은 비 결정·모래·철분 필라멘트

로건은 청문회를 20 시간 앞두고도 출동 명령을 내렸다.
“σ 조각은 잠정 봉인, 알파만 휴대. 나머지는 보관함.”
그러나 상층부 임시감찰관 백도윤이 가로막았다.
“시민 안전? 알겠습니다만 자산 이동은 불가. 규정 7-21조: ‘청문회 직전 신규 실험 장비 반출 금지’.”
스프링이 욕을 삼켰다.
“짐승이 항만을 태워도 규정 타령?”


4. 몰래 꺼낸 알파·베타

18 : 20 ─ 평택항 진입로.
레이븐과 하운드는 알파를 몰래 지니고 빠져나왔다.
민지는 “허가 안 난다”는 말을 듣자마자, 거울에 비친 ‘복도 그림자’에서 베타를 꺼내 슬쩍 외투 안에 숨겼다.
퀸시만이 규정대로 감시 인원과 본부에 남았다.


5. 항만의 유리 폭풍

19 : 00.
해 질 녘 야적장은 마치 사막처럼 빛났다. 컨테이너 벽이 투명 유리처럼 녹았다 굳기를 반복했고,
헬리오스 하운드는 그 사이를 헤엄치듯 이동했다.

  • 목표: 태양광 → 거울면 굴절 → 고열선 발사 → 구조물 융해 → 결정 동화

하운드가 포효하자, 거울판 열선이 지면을 30 m 길로 유리질로 바꿨다.
민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질 뻔했지만, 손끝에서 σ-Beta가 은빛 한 줄기를 뿜었다.
열선 방향이 살짝 굴절되어 하운드 스스로 다리 일부를 녹여 버렸다.

레이븐이 알파를 활성화했다.
압축 거울 위상탄 ─ 5초간 챔버 안에서 빛을 압축, 발사 순간 공기와 맞충돌해 광학 진공 구체를 만듦.
“하운드 모서리 파편!”
하운드는 몸을 구르며 방패 파편을 빛 구체에 꽂아 넣었다.
팍!
광학 진공이 파편을 중심으로 내파(內破), 하운드 등판이 대형 크레바스처럼 갈라졌다.

그러나 짐승이 날카롭게 울부짖자 몸 표면 거울판이 태양 잔광을 다시 빨아들여 재생을 시작했다.
5초 → 3초, 적응 속도가 빨랐다.


6. 민지의 잔상, 레이븐의 플래시

민지 눈앞엔 10분 전 드론 영상이 거울 잔상으로 떠올랐다.
영상 속 짐승은 선박 크레인 아래 지나갈 때 빛 굴절이 재생돼 등판 층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
“그늘…!”
그 말을 듣자마자 레이븐 머릿속에 스프링의 과거 항만 지도 암기가 플래시처럼 떠올랐다.
‘H-4 블록, 크레인 높이 70 m, 오후 7시 23분 태양각 12°.’

“하운드, 짐승을 H-4 호크레인 아래로 유도!”
총보다 빠른 하운드의 몸이 열선 틈을 뚫고 달렸다.
컨테이너 한 줄을 밀어 쓰러뜨려 통로를 만들자, 헬리오스 하운드가 본능적으로 좁은 길을 택했다.

19 : 23, H-4.
크레인 그늘이 하운드 등판을 덮는 0.8 초, 거울판 굴절이 끊겼다.
레이븐이 알파 탄창을 다섯 발 버스트 연동.
압축 광구 다섯 개가 연속 파고들어 짐승 내부 태양광 반사로를 태워버렸다.

헬리오스 하운드가 일격에 몸을 반쯤 잃고, 붉은 비 결정 가루를 뿜으며 꺼졌다.
컨테이너 강판이 식어가면서, 바닥엔 거대한 백금빛 문양이 남았다.
σ-플레이트 파장이 컨테이너 강판에 새긴 흔적이었다.


7. 규정보다 빠른 보고서

22 : 40 · 본부 워룸.
퀸시는 승전보를 받자마자 감찰 통로 를 무시한 긴급 보고서를 상층부로 바로 올렸다.

“임시 반출 σ-Alpha·Beta 덕분에, 항만 거울짐승 35분 만에 저지.”
백도윤 감찰관 얼굴이 새파래졌다.
“명령 위반인데 공적이라니… 청문회가 내일 아침? _조건부·일시 사용_으로 적어야겠군.”
로건은 담배를 탁자에 끄며 씩 웃었다.
“규정은 복종이지만, 결과가 도시를 살렸다고 적겠다.”


8. 서로 포개져 사는 기억

새벽 01 : 15.
민지는 병상에 앉아 작은 노트에 글을 적었다.
“현중 — PC방 라면 레시피 — 450 ml, 파 반 스푼”
레이븐이 미소 지었다.
“잊으면, 내가 읽어 줄게.”
“아니.” 민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젠 우리 가 읽어 줘. 네 기억 속에도, 퀸시 기억 속에도 이 레시피가 들어갔을 테니까.”

불현듯 레이븐 머릿속에 퀸시가 사막에서 처음 본 별빛 풍경이 반짝였다.
퀸시 역시 검진실에서 레이븐의 옛 교신문구를 중얼거렸다.
“치익… 시에라 1 타깃 확보.”
본인은 ‘왜 그런 말이 나오지?’ 하고 웃었다.


9. 엔드 카드 ― 균형추 없는 저울

03 : 00.
아무도 모르게 본부 최상층 금고가 열렸다.
σ-Gamma 보관함 ― 빛이 한 번 흔들리더니, 상자 속이 비었다.
CCTV 프레임 두 개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3 초 뒤, 평택항 백금 문양이 탄저처럼 흑색 점 하나를 남기며 스스로 깨져나갔다.
감찰관 백도윤은 전선을 급히 뽑으며 외쳤다.
“누가 σ-Gamma를 가져갔다! …기억 믹스, 다음 단계가 시작돼!”

흰 까마귀가 시설 천장 위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몸을 떨었다.
기억은 형태보다 관계에 머문다. 그러나 ‘관계’가 두 동강 나면?

새벽이 밝아오지만, 균형추를 잃은 저울은 이미 기울어지고 있었다.


12화 예고
 ◦ σ-Gamma 도난 주체: 내부 고위층? 카시엘? 아니면 전혀 다른 제3세력?
 ◦ 청문회 당일, 로건 지부장은 실적과 규정 위반 사이에서 벼랑 끝 증언을 강요받는다.
 ◦ 레이븐·민지·퀸시 세 사람의 ‘관계 메모리’가 흔들리면서, 현실 감각과 타임스탬프가 어긋나기 시작.
 ◦ 흑색 점을 따라가면 만나는 거울 포식수 변종 ‘데드 아스트랄’, 그리고 “기억을 먹는 시장”이라 불리는 비밀 경매장.
 ◦ 균형 잃은 저울이 어디로 기울지, 12화 “기억 경매”에서 확인!

반응형

'레이븐: 광휘의 종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화 - 꿈을 사는 시장  (0) 2025.06.18
12화 - 기억 경매  (0) 2025.06.15
10화 - 사막의 거울탑  (0) 2025.06.12
9화 - 모래폭풍 속의 사도  (0) 2025.06.11
8화 - 카운트다운 제로  (0) 2025.06.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