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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광휘의 종언

12화 - 기억 경매

by st공간-레이븐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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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기억 경매

(약 6 300자 분량 · 2025-06-10 KST 서술)


0. 균형추가 사라진 새벽

03 : 07 ─ 아르카이아 본부 최상층, 금고 구역 D-α.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기억을 빨아들인 듯 숨 막히는 정적.
열려 있던 보관함 안은 깨끗했다. σ-Gamma─삼중 동조를 엮어 준 세 번째 조각이, 깃털 한 올 남기지 않고 증발했다.

두 프레임이 지워진 CCTV는, 그 사이를 메우는 칠흑 화면만 남겼다.
제어실 감시팀장이 떨리는 손으로 기록을 되돌렸지만, 그 8 초는 영상뿐 아니라 출입 로그까지 통째로 비어 있었다.

“누가 진공처럼 ‘순간’ 자체를 빨아냈어.”
경비 실장의 목소리는 쉰새가 섞였다.
“σ-Gamma엔 실드 패치권이 들어 있다. …기억·시간·방어벽을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야.”


1. 청문회 ─ 로건을 겨누는 서류폭탄

09 : 00 ─ 국회 지하 특별 심문 홀.
· 의장: 국가 초상기밀 재산관리국장 신미경
· 감찰 패널: 백도윤(내부감찰) · 강율(국정원) · 이드리사 킨(UN 비밀조정국)

로건 장 지부장이 증인석에 앉자, 패널 화면에 ‘규정 위반 14건’ 이 일괄 투사되었다.

  • 무단 반출 σ-Alpha·Beta
  • 작전 중 미승인 전투 장비 사용
  • “Sandwalker” 현장 보고시 상급자 협의 생략 …

신미경 의장이 서류를 툭툭 쳤다.
“도심을 살린 공적이란 것도 사실이지만, 조직 내규를 14건이나 깼습니다.
청문회 후 σ 조각과 관련 권한은 공동 금고 로 이관 예정. 이의 있습니까?”

로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의 있다. σ-조각은 기억 분할 저장 상태다.
셋으로 쪼개졌기에 위험도 있지만, 개인과 조직 — 나아가 국가 간 분할 소유야말로 더 큰 재앙을 부를 겁니다.”

백도윤이 비웃듯 쏘아붙였다.
“그래서 밤사이 σ-Gamma를 훔쳐 간 게 혹시 지부장님 사주 아닙니까?”
“…그건 확인해 봐야 할 사안.”

그러나 증언이 이어지기도 전에, 강율 국정원 차장이 스마트패드를 들어 올렸다.
“방금… 평택항 ‘흑색 점’이 도심에서 재발생 했어요. 7군데 동시.”
홀 안 공기가 싸늘히 얼어붙었다. σ-Gamma가 벌써 써먹히고 있다는 증거.


2. 흑색 점 좌표, 그리고 ‘기억 경매’ 전단

10 : 12.
스프링과 하운드가 추적기로 잡힌 7개 흑색 좌표를 지도에 찍었다.
각각 구로, 성수, 명동, 상계, 문래, 서대문, 청담.
모두 지하철·지상 환승로 ― 하루 평균유동인구 10만 이상 초밀집 구간이었다.

좌표마다 스프링 드론이 줌인해 보내온 것은,
벽에 덕지덕지 붙은 낡은 A4 전단.

“오늘 밤 23시 — ‘기억 경매( Memory Bazaar )’ —
가져와라, 네 과거·미래·숨어 있는 이름.
최고가엔 거울의 심장 σ-Gamma가 있다.”

하운드가 이를 갈았다.
“경매? 뉴런·마나 — 심지어 신분까지 거래하는 암시장 ‘그레이 스퀘어’ 얘기 들었지? 그게 진짜로 뜬 거야.”

스프링은 전단 종이를 뒤집어 자외선 램프를 비췄다.
QR 비슷한 룬이 번쩍이며 한 문구를 드러냈다.

“관문 좌표: 회현 지하 금고 → 23 : 00 오픈.”


3. 셋의 균열 — 뒤섞인 기억이 삐걱댈 때

12 : 05 ─ 연습 사격장
레이븐이 AR-X9 노말 탄 5발 그룹핑 테스트를 하던 중, 갑자기 방아쇠 감이 질컥 변했다.
눈앞엔 자신이 아닌 퀸시의 시선이 겹쳤다.
─ 실험실에서 본 ‘싸늘한 동물 시체’. 또렷한 감각 — 총구 냄새 —
방아쇠를 덜컥 놓친 그는 어깨를 잡고 숨을 골라야 했다.

12 : 10 ─ 의무실
민지는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 자신이 레이븐 목소리로 말했다.
“치익… 시에라 1 타깃 확보.”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25 초 뒤 거울 잔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네가 누군지 얼핏 헷갈렸다.

12 : 30 ─ 연구동 B-5
퀸시는 알코올 소독 냄새를 맡자 순간 민지의 PC방 라면 냄새를 떠올렸다.
눈을 찔끔 감고 나서야 다시 연구원이 되었다.
“33 % 분할론… 서로의 기억 울타리가 망가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σ-Gamma — 기억 해독·재코드 능력이 빠진 탓이었다.


4. 새 임무: 경매장 잠입, σ-Gamma 회수

14 : 00. 로건 지부장은 청문회장을 나서며 파란 얼굴로 팀을 호출했다.
“상층부 절반은 나를 걸고 넘어질 테니, 난 오후 내내 여기 묶인다.
너희가 γ를 찾아야 해.”
그는 임시 특별 허가 문건을 내밀었다.
σ-Alpha 재반출 승인 + σ-Beta 테스트 ― 단, “경매장 외부까지 / 파손 시 즉시 폐기” 조건.

스프링은 다시 스프레이 페인트로 뒷문을 그리며 낄낄 웃었다.
“규정 따진다는 건 허가서를 더 멋지게 써먹으란 뜻.”
하운드는 두 손으로 방패를 눌러 굽힙니다.
“이번엔 나도 신사답게 규정을 좀 꺾어 보지.”


5. 회현 지하 금고, 붉은 카펫 아래 문

22 : 41 — 남대문 북쪽 회현 지하 금고.
지하철 4호선 유령 환승로, 낡은 금고 철문엔 ‘은행 매입 완료·폐쇄’ 팻말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σ-Beta 잔상을 비춰 보자, 철문 너머 붉은 카펫이 흐릿한 거울빛으로 이어졌다.
민지가 손을 내밀자, 카펫 문양으로 길이 툭 떨어져 내려 계단을 드러냈다.

음악도 없이 고요한 지하 7층.
홀 중앙엔 수십 개 의자가 원형으로 배치되고, 가운데 낮은 단상 위엔 σ-Gamma 보관 케이스가 투명막에 씌워져 있었다.
단상 주변엔 이미 10여 명.
검은 비단복 중국 상단 노인, 유전자 브로커, 가면 쓴 재벌 상속녀, 검은 양복 회사원 얼굴의 오더 잔당… 그리고 눈에 띄게 ** 백도윤 감찰관**.
그는 조직 정복 대신 회색 수트 차림이었다.

<입장자 : 무기 소지 금지 … 기억·영혼·신분 — 모든 것은 상품>
홀 벽호에 뜬 문자였다.


6. 경매 시작, σ-Gamma 1차 입찰

23 : 00. 전광판이 켜지고, 기계음이 울렸다.

“Lot-1 — σ-Gamma 실험 코어.
시가 : 백만 ‘일루전’ 단위.
입찰은 기억 or 현실 자산 1 : 1.”

첫 입찰자는 가면 재벌.
“싱가포르대 30억 미발표 코어웨어 특허권 전량.”
두 번째, 백도윤이 손을 들었다.
“대한민국 ‘안보 위임령’ 가결 뒤, σ-Gamma 국가 예산 편입 + 유관 인력 전면 면책.”

민지 — 레이븐 — 스프링 — 하운드는 얼굴을 굳혔다.
하운드가 낮게 중얼거렸다.
“감찰관 새끼가 조직 재산을 외부 장막에 올려 놔?”

경매 톤은 높이만 올랐다.
세 번째 입찰자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에테르 율법 사본 3장’ 원본, 각 1만 명 기억 서명까지.”

그때, σ-Beta가 민지 손끝에서 윙─ 하고 떨렸다.
거울 잔상이 입찰자 뒤 ― 지하철 여의도선 환기구 — 를 비추었다.
전송 포인트. σ-Gamma는 낙찰 즉시 ‘현장 이동’될 구조였다.

레이븐이 α탄창을 꼈다.
“베타로 위치 고정·알파로 전송 게이트 파열.”
스프링은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경매 빛 패턴을 미러링, 외부 중계 먹통. 하운드는…?”
“난 감찰관을 ‘은퇴’ 시키지.”
하운드 손목에서 방패 수갑이 “직압 모드”로 전환됐다.


7. 33 % 메모리, 그리고 역경매

23 : 13.
민지가 σ-Beta를 켜며 단상 위 거울막에 손을 댔다.
파랗게 빛이 튀면서, 전시 케이스가 내부에서 잠깐 열렸다가 닫혔다.
동시에 민지의 머릿속엔 낯선 이름 리스트가 쏟아졌다.

“현중” — “레귤러치킨” — “K-Ray 2047” …
나와 레이븐·퀸시·심지어 하운드 기억에 있던 단어들이 섞여 있었다.
그 중 “연구보조 014 / 델타 코드” 가 마치 북극성처럼 반짝였다.

베타가 그 좌표를 거울막 위에 출력했다.
바로 이 경매장의 심층 백업 서버 위치.
레이븐은 그 틈에 α를 장전, 만(滿) 압축 위상탄 3발을 단상 지하로 꽂아 넣었다.

쾅! 쾅! 쾅!
거울막이 깨지며 σ-Gamma 케이스가 단상에서 미끄러져내렸다.
서버 기계음이 한꺼번에 끊기고, 전광판이 불규칙한 룬으로 번쩍였다.
경매장의 손님들이 혼란 속에 일어섰다.

하운드가 백도윤 앞에 서 ‘직압 모드’ 방패를 땅에 박았다.
“감찰관, 당신 지문이 금고 CCTV에 있었지.”
백도윤이 얼굴을 굳혔다.
“내 기억도, 명령이었다. 살아남으려면 규정에 줄을 서야 해.”
“규정보다 사람.”
하운드가 방패를 들어 올리며 한 발짝 다가섰다.
인파 사이, 백도윤은 결국 뒷문으로 달아났다.

스프링은 애국가 멜로디 같은 환각음을 스피커 막 회로에 먹여 통신 탭을 지워 버렸다.
“저들이 뿌린 라이브 스트림, 전부 에러 404.”


8. σ-Gamma 회수 … 그러나 공백 복제본

23 : 23.
레이븐이 깨진 케이스에서 σ-Gamma 유닛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표면에 익숙한 백금색이 아닌 투명 플라스틱.
단자도 없고, 맥동도 없었다.
“모의 더미?”
민지가 숨을 삼켰다. 베타가 거울 잔상으로 유닛 내부를 비추었다.
텅 — 껍데기뿐.

경매장 벽면 모니터가 마지막 메아리를 쏘아냈다.

“기억이란 물건은 ‘현재’를 비운 뒤 흘러나온다.
Λ-바자회에 오신 것을 환영.
진품 σ-Gamma는 이미 새 주인을 택했다.”

“새 주인… 카시엘?” 레이븐이 이 악물었다.
민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델타-014… 서울에서 사막까지, 그의 그림자를 못 끊은 거야.”


9. 엔드 카드 ─ 저편으로 넘어간 33 %

00 : 02 (+1 d).
로건 지부장이 청문회장을 나와 터지는 뉴스속보를 봤다.

“미확인 재단 ‘Λ-바자회’ 가 σ-Gamma 삼일 내 신세계 메모리 금고에 공개 출품 예정.
구매 자격 : 집단 기억 10만 이상 … 장소 ‘N → O → Λ’ 암코드.”

흰 까마귀가 본부 옥상 난간 위에서 날개를 접었다.
그 눈은 마치 말하듯 빛났다.
… 계량되지 않은 기억은, 무게를 가늠할 저울을 떠난다.


13화 예고
 ● 기억 경매장의 혼란을 뒤로—레거시 암단체 Λ-바자회 의 실체가 드러난다.
 ● σ-Gamma 거래 조건, “집단 기억 10만”을 충족시키려는 다중 세력.
 ● 레이븐·민지·퀸시: 뒤섞인 기억을 안정화하려 ‘공유 꿈 동기화 실험’ 감행.
 ● 로건 지부장은 청문회 후 불명예 정지 처분, 대신 신임 조사관이 본부로 파견.
 ● 모의 σ-Gamma 안에 숨겨져 있던 “역-백업 바이러스” 가 서울 시내에서 터지며, 시민들의 유년 시절 이 대량 누락!
  기억 전면 전쟁, 13화 『꿈을 사는 시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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