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 꿈을 사는 시장
(약 6,400자 분량 · 2025-06-11 KST 서술)
0. 집단 기억 누락 경보
03 : 15 ─ 서울 서대문구 통합관제센터.
“신고 폭주입니다! ‘어제까지 초등학교 동창 얼굴이 떠올랐는데 오늘은 통째로 백지’… 동일 패턴 4만 건!”
CCTV를 돌려본 통제요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밤새 거리를 오가던 시민들 얼굴 영역이 프레임마다 모자이크처럼 깜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단기 기억 소비량 급증
유년 기억 특정 블록 공백화
방재청은 새벽 다섯 시를 기해 ‘도시상황 주황단계’를 발령했지만, 이미 신문사 댓글란은 “실시간 디지털 치매” 라는 말로 들끓고 있었다.
1. Λ-바자회, 메모리 코인 선전
06 : 00 · 다크웹 라이브 스트림.
흐릿한 붉은 스포트라이트 아래, 검은 의자에 앉은 여성이 부드러운 플랫톤으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Λ-바자회 입니다.
오늘 자정, σ-Gamma 진품을 10만 집단 기억 코인 지불 조건으로 오픈 리스트에 올립니다.
지불은 대국(大國)·종교·기업·초상세력 모두 환영… 다만 기한은 24 h.”
체크섬이 거래 스크립트로 번쩍이자, 전 세계 정보기관이 동시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하나가 가진 국민 초·중등 ‘유년 데이터 세트’ 전체를 팔아도 10만 단위를 넘기기 힘든 스케일이었다.
2. 본부 해체 위험 · 신임 조사관 등장
08 : 30 · 아르카이아 본부 비상 브리핑룸.
로건 지부장은 일종의 ‘직무정지 가처분’ 통보서를 받아들고 난간에 기댔다.
그를 대신해 상층부가 보내온 신임 조사관 – 이채린, 전직 국제형사재판소 정보관 출신, 냉철함으로 유명했다.
“σ-Gamma 거래를 막지 못하면, 아르카이아 서울지부는 프로젝트 해산 검토에 들어갑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메트로놈처럼 일정했다.
“우선 첫 임무. ‘기억 누락 바이러스’ 소스 코드를 찾고, 10만 코인 한도를 차단할 방법을 제시하십시오.”
3. 뒤섞인 일상 · 공유 꿈 실험 승낙
11 : 10 · 연구동 B-5.
분할-기억 부작용은 계속 악화됐다.
- 레이븐: 전투 브리핑 도중, 민지가 좋아하던 《엽서 모음집》 잡지글을 대신 읽어 내려가며 멈칫.
- 민지: 드론 조작 키를 잡자, 퀸시 근육 반사 기억이 튀어 올라 콘솔을 부숴 먹음.
- 퀸시: 총열 닦으며 레이븐 특공대 PTSD 플래시 격발, 허공에 사격 자세.
조하령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세트 기억이 더 엉키면, 곧 개인 이란 경계가 무너져요. 공유 꿈 동기화 로 기억 레이어를 재배열해야 합니다.”
신임 조사관 이채린은 냉정하게 승낙했다.
“24 h 안에 σ-Gamma 위치를 추적하려면, 세 분의 엉킨 기억 안에 있는 014 번 연구조교 경로 를 건져야 합니다.”
4. 드림 탱크 ― “알고리즘: 모래시계”
15 : 00 · 잠실 지하 실험 캡슐.
3인용 드림 탱크 는 소금물과 마나전도액을 7:3 비율로 채우고, 헤드기어 대신 거울막 투영 헬름 을 씌웠다.
알고리즘 이름은 〈Hour-Glass〉, 두 기억을 위·아래로 쪼갠 뒤 천천히 뒤섞어 층별로 재정렬한다.
“세 사람이 진입하면, 도식상 ‘모래시계 허리’에 델타-014 위치 좌표가 뜹니다. 대신 제한시간 33 분.
넘기면 누구 하나 기억이 영구 융합될 위험.” 조하령이 신경 진정 주사를 놓았다.
5. 꿈 속의 카라반 시장
가라앉듯 시야가 뒤집히자, 세 사람은 어릴 적 기억을 짜깁기한 듯한 기묘한 장터에 서 있었다.
- 간판은 한글·영어·아랍어가 동시에 번쩍이고,
- 바닥은 타클라마칸 모래 위에 PC방 마룻바닥 코팅.
- 하늘엔 특공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별자리에 박혀 있었다.
장터 중앙엔 경매 단상 대신 모래시계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 아랫구(口) 에는 σ-Gamma의 실루엣,
– 윗구에는 014번 의 뒷모습.
레이븐이 단상을 향해 발걸음을 떼자, 하늘 화면이 깨지며 **데드 아스트랄(Dead Astral)**이라 불리는 기억 포식수들이 나타났다.
- 반투명 몸통에, 익숙했던 사람들 얼굴이 무지개 필름처럼 떠다녔다.
- 눈을 맞추면 그 사람 기억부터 빨려 나가게 된다.
6. 모래짐승 vs 분할-기억 스킬
- 레이븐(α) : 압축 거울탄을 사격하자, 탄도 곡선이 민지의 ‘드론 궤적 기억’과 겹쳐 자동 추적.
- 민지(β) : 거울 잔상을 펼쳐 짐승이 뒤집힌 신호를 보게 만들고,
- 퀸시(γ-부재) : 현실로 남아 뇌파 안정화를 중계… 하지만 γ 없으니 임시 대타 로 하운드가 외부에서 링크를 받았다.
10 분 경과, 모래시계 유리가 금가며 014번 이 허리 부분으로 추락하려 했다.
민지 시야에 흰색 자막:
“기억 ≒ 통화. 금고 열쇠 = 보호받지 못한 유년.”
그때 어린 시절 ‘현중이가 끓여 준 라면’ 냄새가 장터에 퍼지며, 짐승들이 방향을 잃었다.
레이븐 머릿속엔 “현중이 휴학이유 <가출 기록>” 같은 자신에게도 없던 세부 기억이 끼어들었다.
“현중… 유년 보호 청원 기록? 우리 기억에 왜?”
퀸시 링크를 통해 음성이 들렸다.
“014가 집단 기억 10만 코인 을 모으려면, 보호 사각지대 유년 데이터가 거래되기 쉽다고 노렸을 거야.”
7. 허리 돌파, Δ-좌표 확보
30 : 45.
모래시계 허리 분수가 멈추며 Δ-좌표 세트가 새겨졌다.
“Δ-N 37° 34′ 56″ / E 126° 44′ 38″ — 지하 350 m”
서울 남영동 옛 보안실, 현재는 공사 가림막 덮인 재개발 구역.
레이븐이 좌표를 외치기도 전에, 시간 초과 경고가 퍼졌다.
“33 분! 돌아갑니다!”
민지는 모래가 되듯 허물어지는 장터 위를 뛰며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베타가 자동으로 공허 구멍을 열어 현실 로 탈출로를 이어붙였다.
모래 장터가 눈부신 백색 파편으로 사라졌다.
8. 남영동 기억 금고 · σ-Gamma 핫 스와핑
22 : 10.
재개발 펜스 뒤, 남영동 낡은 지하벙커.
레이븐 팀이 도착하자, 이미 벽돌과 산화철 파편 사이를 파헤친 델타-014 가 σ-Gamma를 서버 랙에 삽입 하고 있었다.
그는 몸 반 이상이 모래-거울 결정으로 변해 있었다.
“10만 코인? 이미 서울 시민 유년 2백만 코스로 출석부 흡수 완료다!”
델타-014 손목에서 손바닥만 한 유년 기억 패키지 가 흘러나와 σ-Gamma로 빨려들어갔다.
시민들 떠올리지 못한 초등 동창 얼굴, 엄마 손맛 같은 전통음식 기억이 고통스런 불꽃처럼 타들었다.
하운드가 달려들어 방패로 서버 랙을 밀쳤다.
레이븐은 α탄으로 Δ-서버 파워선을 끊고,
민지는 β 잔상으로 시민 기억 패키지를 역투영 했다.
빔프로젝터처럼 수백만 사진·음성이 벽을 덮고, 델타-014 몸에 균열이 생겼다.
“기억이… 나를 부정해?”
퀸시가 벽에 써붙였다.
“Memory is relationship. — 파편으로 삼키면, 스스로 파편이 된다.”
델타-014는 절규하며 σ-Gamma를 그대로 쥔 채 유리화 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흩어진 입자는 바람을 못 이기고 공기청정기 빨아들이듯 서버 흡입구로 사라졌다.
σ-Gamma는 바닥에 떨궈졌다. 백금색 표면이 깨끗했지만, 내부엔 누군가의 잔여 소음이 낮게 웅웅거렸다.
9. 기적 같은 새벽, 그러나…
03 : 20 (+1d)
서울 전광판, 유년 기억 공백 신고 그래프가 급속도로 꺾여 내려갔다. 실시간 민원도 반 토막.
조하령 박사가 브리핑하며 환호했다.
“전체 시민 2/3 기억 백업 회복 성공! 014 흡수분을 되돌린 덕분!”
그러나 레이븐, 민지, 퀸시 사이 잔여 부작용은 남았다.
레이븐이 문득 하운드 기억 덕에 “군번줄 숫자”를 아직도 정확히 기억했고,
민지는 가끔 레이븐의 총기 손질 루틴이 손끝에서 흘러나왔으며,
퀸시는 라면 스프 양을 재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총열 탄분 잔량’을 재곤 했다.
σ-Gamma는 다시 본부 금고에 안치됐지만, 신임 조사관 이채린의 눈빛은 싸늘했다.
“γ 내부 소음은 014 ‘유령 프로필’ 가능성. 언제든 재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흰 까마귀가 금고 천장에 내려앉았다.
그 날개는 세 사람 교차 기억 으로 만든 새로운 문양 ―
검은 깃 속 하얀 모래시계가 천천히 모래를 새고 있었다.
14화 예고
◦ 신임 조사관의 “기억 격리 프로그램” 실행 — 세 사람에게 관계 차단 훈련 명령!
◦ 그러나 분할-기억 동조 덕에 가능했던 실전 콤비 능력이 떨어져 도심 미니 거울포식수에 허둥?
◦ σ-Gamma 내부 웅웅거림 정체: “014…는 아직 ‘낮’에 있지 않았다.”
◦ 상층부는 σ 3조각을 각 국가 거버넌스에 분산 시도, 내부 분열 폭발.
◦ 민지는 꿈에서 ‘두 겹의 서울’ 에 완전히 빨려들고, 레이븐은 관계 차단을 거부하고 추적에 나선다!
파편보다 강한 것은 ‘연결’ — 14화 『모래시계의 그림자』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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