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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광휘의 종언

15화 - 균열의 장정

by st공간-레이븐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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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균열의 장정

(약 6 300자 분량 · 2025-06-13 KST 서술)


0. 유리벽 속의 초침

04 : 05 ─ 아르카이아 격납고 B-2.
조용하던 방공구역 천장에, 손가락만 한 초소형 드론 두 대가 삐걱 소리도 없이 흘러들었다.
레이저 커터가 ―□― 길이 20 cm 정사각형 투명창을 오려 내고, 진공 빨판이 유리판을 품에 안 듯 떼어냈다.

표적은 중앙 렉에 보관된 σ-Alpha · σ-Beta.
드론 안쪽 초점 렌즈가 실버-블루 광선을 쏘자, 알람 IR 필터가 0.08 초 만에 무력화됐다.
붉은 램프조차… 켜지지 않았다.


1. “가택근신인 줄 아나”

04 : 07 ─ 지하 4층 임시 숙소.
레이븐은 벽시계를 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뇌 속 어딘가에서 민지의 음성이 아무 데도 닿지 않는 메아리처럼 울렸기 때문이다.

“모래시계 허리가… 찢긴다.”

동시에 퀸시 데이터 패드가 통신 차단을 뚫고 경보를 토해냈다.
〈B-2 렉 전원 미세 기생 전류 0.135°〉
“누가 알파·베타를 빼내고 있어!”

레이븐은 가택근신용 전자 족쇄를 망설임 없이 잘랐다.
“규정? 우리 기억부터 지키고 나서!”

민지도 침대에서 머리를 흔들었다.
β 잔상이 벽면에 사다리꼴 통로를 그려냈다.
“지름길 열어 줄게.”


2. 드론 추적 · ‘비어 있는 사각형’

04 : 12.
격납고 도착과 동시에 보안 터널 화면에 사각형 공백 모양이 번쩍였다.
스프링이 접속해 드론 로그를 역재생했다.

타임스탬프 프레임 렉 내용
04 : 05 : 08 42-43 공백
04 : 05 : 08 44 알파·베타 사라짐

“프레임 두 장만 통째로 깎였어… 지난번 Γ 도난 땐 8초였는데.”
하운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번엔 소형 팀이야. 속전속결 이동로 한 군데.”

민지는 베타 룬을 켜 덕트 팬 방향을 비추었다.
거울 잔상이 문처럼 열리며 파랑·노랑 광섬유 가 얽힌 지하 케이블을 보여 줬다.
스프링이 두드렸다.
“이건… Y-A 백본. ‘세금 디지털 보관서버’로 직행하는 전용선!”

델타-014가 예전 서울 노드를 갉아먹을 때 쓰던 통로와 동일한 ID였다.


3. 숨은 협력자 ― “암호 : E-11”

04 : 28 ─ 세무서 지하 데이터 캐비닛.
α·β를 싣고 달리던 드론 두 대가 전송 포트를 막 내려놓자, 기다리던 회색 코트 남자가 USB-C 비슷한 케이블을 꽂았다.
외부 온도계엔 “27 °C” … 그러나 남자 숨결은 흰 김.
“E-11 코드, 확인.”
그는 헬멧을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백도윤.

“청문회? 규정? 장난감이야. σ-단자만 확보하면, 누구 기억이든 세입·세출 항목으로 매길 수 있지.”
그 순간 어깨 통신기에 속삭임.

“도착 120 초 전.”
백도윤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새 σ-Delta 라벨이 붙은 매트블랙 카드 하나를 꺼냈다.


4. 격돌 · 4 : 30

레이븐·민지·퀸시·하운드가 케이블 끝 문을 발로 차고 들어섰을 때,
백도윤은 α·β·Δ 세 조각을 삼지창 결합 용기에 끼우는 중이었다.
“σ-Delta?! 언제—” 퀸시가 숨을 삼켰다.
백도윤이 팔을 들어 올렸다.
“델타는 원래 국가 재정 코드용 ‘세무 키’. 감찰국이 십수 년 잠궈 뒀지.”

용기 안에서 섬광이 튀며 세 조각이 위상 동조 됐다.
백도윤이 웃었다.
“조직도, 국가도, 기억도… 전부 장부 안에 들어올 시간이다.”

팡!
알파 주파가 폭발하고, 퀸시 팔이 튕겨져 나갔다.
베타가 반사굴절 막을 쳐 충격을 절반 막았지만, 민지가 출혈로 휘청.

하운드가 돌진하자, 백도윤 뒤 덕트에서 데드 아스트랄 변이체 네 마리가 기어나왔다.
하운드 방패가 한 마리 머리를 으깨자 투명 기억 액이 튀어 올랐다.
스프링 원격 드론을 띄우려 했지만 통제 전파가 역으로 먹통 ― Δ 조각이 네트워크 전위 를 꿀꺽 삼켰다.


5. 관계 차단 해제 — 합쳐진 기술

민지가 베타를 최대로 열어 ‘거울 터널’ 을 만들고, 레이븐은 덕트 위에서 알파 탄창 2발을 터널로 사격 → 각도 17° 꺾여 짐승 뒤통수 명중.
퀸시가 현장다이너믹 프로토콜을 외쳤다.
“Beta가 델타 회로에 아이들 주파수 삽입 가능! 방어막 무른 틈 0.4초!”

레이븐이 하운드 어깨 밟아 델타에 칼 박아넣었다.
바로 그 순간, 대합동 조각 통합 회로가 오버로드.
—— 치지지지지직 · 유도번개 · 뇌파 공진 ——

알파-베타-델타가 의미 없이 새빨갛게 번쩍인 뒤 하고 전원 나가듯 소멸했다.
바닥엔 셋 다 무 활성 상태 카드만 남았다.

백도윤이 뒷걸음질.
“말도 안 돼… 규정이, 계획이…”
하운드 방패 직격 — 벽에 묶어 버렸다.
레이븐은 카드 더미를 들어 살폈다.
“소프트퓨즈가 타 버렸다. …세무 코드는 ‘회계’로 기억을 팔려 했군.”


6. 저울 다시 평행?

05 : 15.
도심 ‘기억 공백’ 그래프가 드디어 평선을 그렸다.
정부 서버엔 백도윤이 올린 장부 템플릿만 남아 있었다.
< ‘집단 기억’ → ‘세금 코드’ 변환 오류 / DB 롤백 >

신임 조사관 이채린은 하늘색 새벽빛 아래 서류를 찢어 버렸다.
“규정으로는 사람을 못 막았군요.”
로건 지부장이 담배를 끄며 씁쓸히 웃었다.
“그래서 임시로라도 네가 왔잖나.”


7. 모래시계는 끝나지 않는다

07 : 00. 본부 옥상.
레이븐·민지·퀸시 세 사람은 무력화된 α·β·Δ 카드를 바라봤다.
퀸시는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γ는 여전히 백금빛, 내부 카운트 07 → 05.”
민지는 잔상으로 옥상 허공에 모래시계 하나를 그렸다.
허리는 없고, 모래는 계속 떨어졌다.
“014 그림자가 또 움직이면… 기억 연결 안 한 채론 못 막아.”

레이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계 차단은 해제. 대신 새 규칙. — 내 기억을, 너희 둘이 감시해 줘.”
민지·퀸시가 동시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우리 셋 모두, 서로의 모래 를 잊지 않기.”

흰 까마귀가 날았다.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그냥’ 햇빛.
그러나 깃 사이엔 아직도 조용히 흔들리는 그림자 ―
모래시계 한쪽 끝에서, 알 수 없는 다섯 번째 조각이 경련하듯 미세 파장을 흘리고 있었다.


16화 예고
 ◦ σ-Gamma 카운트 05 → 00, “낮에 있지 않았다” 암호 최종 해석.
 ◦ 014 번 그림자가 드러낼 제로-메모리 필드 : 도심 한복판에서, 완전한 기억 정전 실험!
 ◦ 세무 코드용 Δ 소실 여파로, 정부·기업 서버 곳곳 ‘회계 기형’ 발생.
 ◦ 이채린 조사관 vs 로건 지부장, 상층부 보고서를 두고 최종 타협안을 도출할까?
 ◦ 흰 까마귀가 가리키는 ‘다섯 번째 파편’ — σ-Epsilon?
  다음 화 『제로-필드』에서, 잔여 모래가 멈출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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